책보 대신 지게 ​

수채화로 그린 책보 대신 지게를 지고 밭으로 향하는 소년

1940년대, 태평양 전쟁과 광복을 전후해 세상은 어수선했다. 섬마을 살림도 곤궁했다. 황토밭을 일구고 물때마다 갯벌에 나가도 대식구의 끼니를 대기는 늘 빠듯했다.

배병희도 또래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글을 배워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집안 형편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학교까지는 험한 산길을 넘어야 했다. 집에는 거들어야 할 밭일과 바닷일이 쌓여 있었다. 배병희는 학교를 얼마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친구들이 책보를 메고 길을 나설 때, 그는 지게를 지고 밭으로 갔다. 아쉬움은 속으로 삼켰다.

열다섯 무렵부터는 지게질이 부쩍 늘었다. 한창 자랄 나이에 짐이 무거웠다.

그는 장터와 일터에서 배웠다. 어른들이 사고파는 것을 보며 암산과 셈을 익혔다. 고장 난 농기구를 뜯어보며 기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깨쳤다.

어른들 틈에서 일하며 일의 순서를 익혔다. 사람을 대하는 법도 그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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